Nothing Better

조회수: 136
10월 07, 2026

에디터 성정민

단단한 구조와 유연한 감각 사이 섬세한 균형, 새 ‘코르소(Corso)’ 백으로 증명하는 보테가 베네타의 미학.
1
2


“넓고 볼륨감 있는 몸체는 분명 건축적이지만 윤곽은 경직되지 않았고,

부드럽게 접히는 실루엣이 형태에 느슨한 여유를 만든다.

유연한 나파 가죽으로 완성한 폭넓은 인트레치아토와 매끈한 레더 사이드 패널의 조합 역시

단순한 장식적 대비라기보다 구조와 촉감의 대비에 가깝다.”


보테가 베네타에서 루이스 트로터가 지금까지 펼쳐 보인 세계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단단한 것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에 가깝다. 2026 여름 데뷔 컬렉션에서 그는 하우스의 60년 아카이브를 전복하기보다 다시 들여다보는 쪽을 택했다. 보테가 베네타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바라보았으며, 인트레치아토를 가방의 표식에 머물게 하지 않고 트렌치코트와 스커트, 드레스, 슈즈로 확장했다. 과장된 숄더와 넓은 팬츠, 몸을 감싸는 볼륨은 건축적이었지만 동시에 옷과 가방이 착용자의 몸에 맞춰 움직이고 ‘사람의 연장’처럼 느껴져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컬렉션 전체를 관통했다.

2026 겨울 컬렉션에서 이 문법은 더욱 또렷해졌다. 트로터는 자신이 새로 살게 된 밀라노를 ‘브루털리즘’과 ‘관능’이 공존하는 도시로 읽었다. 엄격한 외관에 감춰진 부드러움, 단단함과 유연함의 충돌은 둥글게 다듬어진 테일러링과 코쿤 같은 볼륨, 가죽과 실크, 시어링을 서로 다른 물질처럼 보이게 만드는 표면 실험으로 이어졌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런 과도한 볼륨과 공예의 밀도가 때로 착용자를 압도한다고 지적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비판 또한 트로터가 무엇을 시험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구조를 어디까지 밀어붙이면서도 몸과 생활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새 토트백 ‘코르소(Corso)’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간결한 답처럼 보인다. 이 백에는 트로터가 두 시즌 동안 반복해온 대비가 거의 공식처럼 담겨 있다. 특히 더욱 흥미로운 점은 런웨이에서 다소 과장되게 드러났던 트로터의 미학이 일상적인 가방이라는 형식 아래 한층 설득력 있게 정리된다는 것이다.



3
4


넓고 볼륨감 있는 몸체는 분명 건축적이지만 윤곽은 경직되지 않았고, 부드럽게 접히는 실루엣이 형태에 느슨한 여유를 만든다. 유연한 나파 가죽으로 완성한 폭넓은 인트레치아토와 매끈한 레더 사이드 패널의 조합 역시 단순한 장식적 대비라기보다 구조와 촉감의 대비에 가깝다. 한쪽은 손으로 만지고 싶게 만드는 표면이고, 다른 한쪽은 전체의 선을 또렷하게 잡는다. 핸들은 별도의 부속처럼 튀어나오지 않고 스웨이드 안감을 적용한 보디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덕분에 가방의 외곽선은 끊기지 않으면서 숄더에 편안하게 걸린다. 이는 보테가 베네타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레더의 감각을 단지 ‘좋은 가죽’이라는 익숙한 명제로 되풀이하지 않고, 표면과 무게, 손에 닿는 느낌의 차이로 세분화하려는 시도다. 로고 대신 소재와 제작 방식으로 정체성을 드러내온 하우스에서 이처럼 촉각적인 차이는 곧 디자인 언어가 된다. 당연히 실용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넉넉한 수납력은 물론 스몰부터 맥시까지 이어지는 네 가지 다양한 사이즈 옵션을 제공하며 각기 다른 크기 안에서도 디자인 고유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또 시즌 컬러와 함께 가볍고 독특한 질감의 카프 스킨 레더로 완성한 옵시디언 그레이(Obsidian Grey)와 스팅(Sting) 컬러 버전으로도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스몰을 제외한 세 가지 사이즈로 만나볼 수 있다. 미디엄은 블랙과 페트롤리움, 라지는 블랙, 맥시는 실리카 그레이와 바크 그린 컬러로 출시되어, 이번 가을 다양한 스타일과 취향을 아우르는 폭넓은 선택지가 되어준다. 이로써 보테가 베네타는 정제된 구조미와 소재 본연의 부드러움 사이에 섬세한 균형을 만들어내며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텍스처와 무게, 촉각적 감각에 대한 접근을 한층 확장한다. 결국 루이스 트로터의 보테가 베네타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를 지우는 방식과는 거리를 둔다. 그는 인트레치아토와 가죽이라는 가장 익숙한 코드를 통해 비례를 바꾸고, 소재의 성질을 뒤집고, 단단함과 부드러움 사이의 긴장을 계속 조율한다. 코르소는 그 실험이 가장 현실적인 크기로 압축된 결과물이다. 멀리서 보면 절제된 토트백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위빙의 폭, 접힌 측면, 매끈한 패널, 몸과 이어지는 핸들이 서로 다른 감각을 만든다. 과시보다 사용, 장식보다 촉감, 완벽하게 고정된 형태보다 움직이는 형태. 트로터가 보테가 베네타에서 구축하고 있는 럭셔리는 ‘보이는 것’보다 ‘몸으로 경험하는 것’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문의 02-3438-7694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