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페어를 넘어,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되는 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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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2, 2026

글 양혜연(객원 에디터)

키아프 서울(Kiaf SEOUL) ×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6

팬데믹 이후 일상 회복이 본격화된 2022년, 국내 미술계의 가장 큰 화두는 글로벌 아트 페어 브랜드인 프리즈의 서울 진출이었다. 특히 키아프 서울과 손잡고 공동 개최에 나선다는 발표는 국내 미술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여러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당초 5년을 약속했던 두 아트 페어의 동행은 올해 일단락된다. 양측은 최근 파트너십을 2028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지만, 코엑스 리뉴얼 공사에 따라 내년부터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에 남고, 프리즈 서울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개최지를 옮기며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첫 번째 여정을 마무리하는 지금, 지난 5년의 동행이 서울과 한국 미술계에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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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세계적인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6’(9. 2~5)과 국내 최대 아트 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6’(9. 2~6)이 나란히 막을 올렸다. 두 아트 페어가 열리는 9월 첫째 주에는 코엑스는 물론 삼청동과 한남동, 청담동, 을지로까지 도시 곳곳이 예술로 물든다. 미술관과 갤러리, 대안 공간, 문화 예술 기관은 한 해 가장 중요한 전시를 이 시기에 맞춰 선보이고, 해외 컬렉터와 큐레이터, 미술관 관계자도 서울을 비롯해 다른 도시까지 발품을 팔며 다닌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바로 이 풍경이다. 서울은 이제 9월이면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트 위크(Art Week)를 진행하는 도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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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무대로 펼쳐지는 예술 축제
이전에도 도시 곳곳을 무대로 한 미술 행사는 꾸준히 생겨났지만, 서울의 문화적 풍경을 하나의 아트 위크로 묶어 세계에 각인시키는 데는 프리즈 서울의 역할이 컸다. “처음부터 보다 폭넓은 관객과 소통하고, 서울이 지닌 풍부한 문화 예술 생태계를 세계에 알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좋은 아트 페어는 단순히 페어장에서 열리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개최 도시의 문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그 일부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의 말처럼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은 지난 5년 동안 페어장을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예술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프리즈 서울은 ‘프리즈 뮤직’, ‘프리즈 라이브’ 등 음악, 퍼포먼스 등을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페어장 밖에서 선보여왔다. 2024년부터는 부산·광주비엔날레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주요 미술 행사와의 연계도 강화해왔는데, 그 성과 가운데 하나는 올해 선보이는 ‘부산비엔날레 × 프리즈 필름 서울 2026’이다. 지난해 문을 연 프리즈 하우스 서울은 오래된 저택을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킨 프리즈의 문화 거점이다. 이번 아트 주간에는 일본 유메코보 갤러리와 미국 폴라 쿠퍼 갤러리가 참여해, 평소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해외 유명 갤러리의 전시를 선보인다.

키아프 서울 역시 페어장 밖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인천국제공항 특별전 〈We Connect, Art & Future, Kiaf and INCHEON AIRPORT〉는 프리즈 서울 출범 이전인 2021년부터 이어져온 프로젝트지만, 해외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의 서울 방문이 늘어나면서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창구로서의 의미도 한층 커졌다. 또 2023년부터 유망 작가를 발굴·지원하는 ‘키아프 하이라이트’를 운영하며 아트 페어를 넘어 미술 생태계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키워왔다.

도시 전역으로 퍼진 아트 위크의 축제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9월 아트 주간에 진행되는 갤러리 야간 개장 프로그램 ‘네이버후드 나잇’일 것이다. 2022년 한남과 삼청에서 시작해 청담과 을지로로 참여 지역을 넓혀온 이 프로그램은 지역별 갤러리들이 연계해 서울의 갤러리 신을 하나의 흐름으로 경험하도록 한다. 이외에도 도시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펼쳐지는 수백여 개의 다채로운 행사는 서울 문화 생태계가 지닌 역동성과 잠재력을 드러낸다.



서울로 모이는 해외 미술계 외 문화 브랜드  
해외 주요 갤러리의 진출도 미술계의 외연을 넓히며 변화를 이끌어냈다. 2021년 타데우스 로팍을 시작으로 2022년 글래드스톤과 페로탕 등이 잇달아 서울에 문을 열거나 새로운 공간을 선보였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2023년 공간을 확장했고, 글래드스톤 서울도 올해 한남동으로 이전하며 규모를 키웠다. 화이트 큐브도 2023년 서울에 정식 진출했다. 가고시안 역시 2024년과 2025년 연이어 서울에서 팝업 전시를 선보였으며, 올해는 하우저앤워스가 APMA 캐비닛에서 글렌 라이곤 개인전 〈Black Moons〉를 여는 등 해외 갤러리들의 서울 활동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미술계 밖에서도 서울의 아트 위크를 겨냥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럭셔리 브랜드와 디자인 플랫폼 역시 앞다퉈 문화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서울의 아트 위크에 합류하고 있다. 일례로 로에베는 올해 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자인 박종진의 개인전 〈Strata of Time: 시간의 층위〉를, 불가리는 주한 이탈리아대사관, 주한 이탈리아문화원과 함께 한국 작가 이수경과 이탈리아 작가 안드레아 프란콜리노의 작품을 소개하는 ‘Italy at Frieze × Bvlgari: The Golden Trace’ 행사를 연다. 지난해 서울에 첫발을 내디딘 디자인마이애미도 올해 ‘디자인마이애미 서울 2026’으로 규모를 확대한다.

그렇다면 지난 5년 사이 해외 미술계의 서울에 대한 관심은 얼마나 커졌을까? 수치로도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첫 프리즈 서울에는 20개국 1백10여 개 갤러리가 참가했지만, 올해는 30개국 1백25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방문객 수는 매년 7만 명 안팎을 유지하는 가운데 해외 방문객의 출신 국가는 2023년 36개국에서 2025년 48개국으로 확대됐다. 본페어의 외형적 규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가운데 국제적 네트워크는 꾸준히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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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위크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그러나 도시의 성장이 곧 시장의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팬데믹 이후 급성장했던 글로벌 미술 시장은 2023년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6백81억 달러에서 2023년 약 6백52억 달러, 2024년 약 5백75억 달러로 2년 연속 감소했다. 2025년에는 약 5백96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증가했지만, 2022년 정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프리즈 서울도 출범 초기의 폭발적인 열기와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술계에서는 참가 갤러리 수보다 얼마나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졌는지, 새로운 컬렉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등이 더 중요한 지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간이 흐르며 공동 개최의 상징성이 다소 옅어졌다는 점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출범 당시에는 ‘키아프리즈(Kiaf+Frieze)’라는 이름도 자주 언급됐지만, 최근 미술계 안팎에서는 두 페어가 열리는 기간을 ‘프리즈 위크’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같은 시기에 열리는 두 행사의 시너지가 서울의 아트 위크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대외적으로는 프리즈 서울을 중심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내년부터 프리즈 서울이 개최지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기는 것은 단순한 장소 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루에 두 페어를 모두 둘러보기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고,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런 만큼 두 페어 역시 공동 개최라는 틀 안에서 각자의 정체성과 차별화된 매력을 선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키아프 서울이 자신만의 강점을 더욱 확실히 드러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아트 페어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규모 경쟁 대신 각자의 강점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 기존 화랑미술제에 더해 수원에서 별도 에디션을 선보인 ‘화랑미술제 in 수원’, 소수 정예 큐레이션으로 존재감을 키운 ‘ART OnO’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올해 키아프리즈 주간에 첫선을 보이는 대안 아트 페어 ‘파빌리온 서울’은 용산 KCS에서 규모 경쟁보다 협업과 ‘느린 성장’을 내세우며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관람객과 컬렉터의 선택지를 넓히며 한국 미술 시장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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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나온 아트 페어’가 ‘시민 예술의 경험’이 되려면  
아트 페어가 페어장을 넘어 도시 전체로 확장된 지금, 예술의 공공성 역시 관람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의 참여를 넓히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과 과천에서 진행 중인 두 전시는 이러한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먼저 MMCA 서울에서 열리는 ‘MMCA × LG OLED 시리즈 2026: 김 크리스틴 선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7. 31~11. 29)은 관내 전시 공간 ‘서울박스’를 위해 제작한 신작으로 구성된 전시다. 세로 8.1m, 가로 5.4m 규모의 곡면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영되는 작가의 영상 작업과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 그래픽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다. 특정 공간을 전제로 제작한 장소 특정적 작업이면서도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소성과 공공성을 함께 실현한 사례다.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7. 10~11. 29, ‘잔상’은 10월 31일까지) 역시 비슷한 맥락에 있다. 전시는 ‘광경’, ‘잔상’, ‘머무는 자리’ 등 3개의 파트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머무는 자리’는 관람객이 직접 앉고 쉬며 이용할 수 있는 작품을 설치한 조각 공원 프로젝트다. 작품을 감상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시민의 이용과 경험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 공공 미술의 기능을 확장한 시도다.

두 전시는 서울에 형성된 아트 위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단서를 던져준다. 아트 페어가 도시의 지형을 바꿨다면, 이제 아트 위크의 다음 과제는 그 변화가 예술과 거리를 두던 시민에게까지 닿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가능성은 이미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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