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in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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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2, 2023

글 고성연

기술자, 비즈니스맨, 문화 산업 종사자 등으로 대표되는 ‘창조 계급(creative class)’ 이론으로 유명한 도시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의 성공 열쇠로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 소위 ‘3T’를 꼽는다. 그는 인종, 국적, 성적 취향, 문화적 배경 등에서 각양각색의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다양성’을 창조 도시 융성의 관건으로 강조했다. 나중에 다양성과 경제 발전을 연결하는 논리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혼종의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 서로 다른 관점이 부딪히고 어우러지는 ‘우연한 충돌’의 작용으로 창조성이 꽃피우는 토대인 다양성의 역할 자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울은 명실공히 메가 시티로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바깥세상의 개성과 장점이 뒤섞이는 다양성 차원의 ‘관용’에서 뒤처진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구촌에 큰 변화를 몰고 온 팬데믹 이후의 풍경은 어떨까? 적어도 미술계에서는 다양성이 커진 모양새다. 아트 페어 브랜드 프리즈(Frieze)가 지난해 가을 서울에 입성하면서 해외의 크고 작은 갤러리가 진출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페어든 갤러리든 미술 자본은 상대적으로 빠져나가기 쉽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하겠지만, 새로운 공간과 콘텐츠의 출현은 도시를 더 다채롭게 물들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존재한다. 오는 9월 초 예정된 프리즈 서울을 앞두고 저마다의 개성을 내세워 서울을 찾은 갤러리 공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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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 서울(White Cube Seoul)

미술에 지갑을 여는 문화 소비자가 많아지고 상대적인 도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다양한 규모와 개성을 지닌 생태계 구성원의 진출이 증명해준다. 팬데믹 시기에 한국 미술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목받자 글로벌 아트 페어 브랜드인 프리즈가 지난해 서울에서 1회 행사를 열었고, 이를 전후해 내로라하는 갤러리들이 입성하거나 규모를 키우는 등 한층 한국 시장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협소한 공간을 꾸리던 페이스 갤러리가 대대적으로 공간을 확장했고, 갤러리 페로탕은 도산공원에 새 터전을 꾸렸으며, 타데우스 로팍은 2021년 가을 첫 지점을 낸 뒤 얼마 전 다시금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에는 ‘메가 갤러리’라 일컬어지는 화이트 큐브가 서울 상륙을 알렸다. 1993년 런던에서 출발한 화이트 큐브는 1990년대 세계 미술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 이른바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이름이다)로 도약하며 세계적인 갤러리로 자리매김했고 홍콩, 뉴욕 파리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아직까지는 갤러리계의 최강 브랜드인 가고시안을 위시해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같은 강자들이 크게 각광받으면서 예전 명성만큼은 못하다는 평도 듣지만 안젤름 키퍼, 안토니 곰리, 게오르그 바젤리츠, 트레이시 에민, 안드레아스 거스키, 모나 하툼 등 쟁쟁한 작가 명단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계의 거장 박서보 화백을 대표하는 전속 화랑 중 하나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쇄신에 애쓰고 있어 서울 입성이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한국에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을 통해 첫선을 보였고, 오는 9월 초(프리즈 기간) 서울 도산대로에 자리 잡은 화이트 큐브 서울 지점에서 개관전을 열 예정이다. 호림아트센터 1층에 300m²(약 91평) 남짓한 면적으로 전시 공간, 프라이빗 뷰잉 룸, 오피스 등을 꾸리게 된다.


주소 서울시 도산대로45길 6 호림아트센터 건물 홈페이지 www.whitec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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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레미디스(Efremidis) 서울

서울 강남 선정릉역 사거리에서 멀지 않은 골목길에 자리한 아담한 건물의 1층에 자리한 99㎡(30평) 남짓한 전시 공간. 전 세계에서 열정 가득한 아티스트들이 모여드는 활기 넘치는 도시인 독일 베를린에서 2018년 문을 연 에프레미디스 서울 지점이 들어선 공간이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뿐 아니라 다양한 다국적 작가와 협업하고 있는 갤러리인 에프레미디스는 지난 5월 그 같은 다채롭고 역동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6인 그룹전 <전환(Tapetenwechsel)>으로 개관전을 치렀다. 규모가 작은 전시지만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교수이자 큐레이터, 비평가로도 활약 중인 미셸 그라브너의 대형 회화 작품을 비롯해 저마다의 개성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이어 지난 6월부터 한 달 동안 또 다른 6인의 작가를 내세운 그룹전 를 열어 고유한 갤러리의 색채를 거듭 소개했다. 시류에만 맞추는 상업성이 다분하거나 화제성 덕분에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작품보다는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채워나갈 동시대 작가들을 알린다는 목표를 둔 갤러리답게 전시 작품을 골똘히 보노라면 아주 작은 미술관이나 베를린의 아트 랩에 온 느낌을 주는 듯한 작업 세계가 차츰 흥미롭게 와닿는다. 에프레디미스는 특이하게도 그리스 출신의 스타브로스 에프레미디스(Stavros Efremidis) 대표와 한국 출신 우승용(Tom Woo) 대표가 손잡고 만든 갤러리다. 미술 시장에 뛰어든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프리즈 런던, 피악, 아트 쾰른 등 세계적인 아트 페어에 참가하며 입지를 다졌고 한국에서도 키아프와 아트부산을 통해 컬렉터들과 만난 이력이 있다. 특히 지난해 오수환 작가의 개인전을 독일에서 여는 등 한국 작가에의 관심도 키워 가고 있다. 오는 9월 프리즈 서울 기간에는 아우라 로젠버그의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글 고성연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12길 37 홈페이지 https://efremid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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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스톤(Whitestone) 갤러리 서울

반세기가 훌쩍 넘는 이력을 지닌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아시아 지역 곳곳에 지점을 둔 대형 갤러리다. 1967년 도쿄에서 시작해 홍콩, 타이베이, 싱가포르, 베이징 등으로 판을 키웠고, 프리즈 서울 개최 시기에 맞춰 오는 9월 초 아시아 일곱 번째 지점을 서울 남산에 연다. 시장조사부터 장소 선정까지 오랜 기간 공을 들였고, 그렇게 서울 경치를 품은 남산 인근에 언뜻 인상적인 디자인이 눈에 띄는 공간을 낙점했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검은색 건물은 지하 1층~지상 4층, 총 700m²(약 2백12평) 규모로 3개의 주요 전시장을 품고 있고, 조각 작품을 설치하는 등 다용도로 쓰일 수 있는 루프톱도 갖추었다. 갤러리 인테리어 디자인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왕성한 창조력을 펼쳐내고 있는 구마 겐고가 맡았기에 공간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그룹인 구타이 작가들을 비롯해 다수의 동시대 작가들을 아티스트 목록에 올리고 있는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초점을 좀 더 ‘아시아’에 맞추겠다는 포부를 내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추상화가 권순익 개인전(8월 12일까지 타이베이에서 열리며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만 컬렉터들에게 알리고 있기도 하다), 이번 9월 초 서울 개관전에서는 동아시아 전후 아방가르드 작가 전시, 그리고 차세대 예술가가 함께하는 그룹전 를 꾸린다. 이때 전시 참여 작가로 동양 전통의 동물과 신화의 이미지를 강렬하고 율동적인 질감으로 표현하는 고마쓰 미와(Miwa Komatsu)는 현장에서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주소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70 홈페이지 www.whitestone-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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