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 2025
천 가지 얼굴을 지닌 나라에서 만나는 ‘신들의 섬’
● 앞으로 20년쯤 뒤면 인도네시아의 수도는 자와섬에 있는 현재의 자카르타가 아니라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에 자리를 잡게 된다. 인구 과밀, 지반 침하, 지역 불균형 해소 등 여러 이유에서 거국적으로 진행되는 수도 이전 프로젝트다. 새 수도인 누산타라(Nusantara)는 옛 자와어로 현대 인도네시아의 뿌리로 여겨지는 마자파힛 왕국 사람들이 스스로를 불렀던 이름이라고 하는데, ‘많은 섬들의 나라’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무려 1만7천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을 품고 있는 세계 최대 ‘군도의 나라’다운 명칭이다.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면적으로는 열다섯 번째 순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평면의 세계지도에서 인도네시아는 실제보다 작게 나타난다. 지도 제작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메르카토르 도법’을 따르면 적도에서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이 과장되어 그려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아프리카나 인도네시아처럼 적도가 지나가는 경우에는 원래보다 작은 크기로 투영되는 것이다(이에 반해 ‘페터스 도법’은 지도상의 모양이 실제와 다르지만 면적은 비교적 정확한 방법으로 통한다). 아주 오래전 만난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저명한 예술가 셰리 삼바(Chéri Samba)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1998년 FIFA 월드컵의 프랑스 국가대표 영웅 릴리앵 튀랑과 함께 아프리카의 실제 면적을 제대로 반영하는 ‘진짜 지도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도 했던 기억이 난다.
●● 인도네시아는 수많은 섬 사이에 흐르는 바다 덕분에 물리적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천 가지 얼굴’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다채로운 풍물과 문화를 지녔다. 당장 언어만 보더라도 발리어, 순다어, 마두라어 같은 주요 지역 언어가 25가지, 방언이 2백50여 가지나 될 정도다. ‘하나의 나라’라고 여겨지기에는 살짝 억울하겠다 싶을 정도로 거대하고 다채로운 육해공 풍경! 지난가을, 필자는 실제보다 축소됐든 아니든 지도나 이미지로는 절대로 가늠하지 못할 이 나라의 광활함을, 비록 일부 지역이지만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여행을 다녀왔다. ‘아만정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극강의 팬덤을 자랑하는 리조트 브랜드 아만(Aman)이 자리한 인도네시아의 섬들을 둘러보는 여정이었다.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아만의 36개 리조트 중 6개가 인도네시아에 자리한 덕분에 순조롭게 다닐 수 있던 코스다. 이 여정의 무대를 크게 나누자면 자와섬 동쪽에 있는 발리섬, 그리고 발리섬에서 비행기로 1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숨바와의 모요섬이다. 숨바와에는 아만의 창립자인 인도네시아 출신 에이드리언 제차(Adrian Zecha, b. 1933)가 1993년 선보인 글램핑 사이트로 ‘평화로운 숲’을 뜻하는 아만와나(Amanwana)가 둥지를 틀고 있다. 발리섬을 보면 1989년 우붓, 1991년 망기스에 아만다리(Amandari)와 아만킬라(Amankila)가 잇따라 문을 열었고, 2018년 덴파사르 공항 인근에 아만 누사두아 빌라(Aman Villas at Nusa Dua)가 개장했다. 아만이 하나의 섬에서 세 군데에 걸쳐 존재감을 뿜어내는 유일한 사례다.
●●● 그리고 여객기나 헬리콥터 같은 하늘길의 교통편을 제외하고도 발리와 숨바와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이동 수단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낭만적인 숙소가 되어주는 ‘요트 호텔’ 아만디라(Amandira)가 있다. 인도네시아 전통 목선인 ‘피니시(Phinisi)’에 영감받아 만든 이 아름다운 요트는 2015년 첫 출항을 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최소 3박 이상의 일정으로 전세를 내는 방식으로만 숙박할 수 있으며, 오로지 한 팀(최대 10명)의 손님만을 위해 승선하는 ‘우리만의 크루(항해사, 다이버, 셰프, 테라피스트 등 14~15명의 전문가)’와 동행하게 된다. ‘평화롭고 용맹한’이란 뜻을 지닌 아만디라를 타고 나서는 여정은 고객 맞춤형으로 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데, 그중에는 발리에서 플로레스해를 거쳐 숨바와로 가거나, 반대로 숨바와에서 발리로 가는 인기 루트도 있다. 유유자적 바다를 누비면서 텐트형 숙소들이 사이좋게 펼쳐진, 단 하나의 리조트만 위치한 고요하기 그지없는 섬에서 천혜의 자연 속 날것의 감성을 축복처럼 느낄 수 있는 아만와나를 비롯해 발리의 아만 리조트 세 곳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여정이다. 지난 11월호에 실린 1편(아만와나-아만디라)에 이어 같은 섬(발리)에 있지만 저마다의 특색과 주변 환경이 다른 아만다리, 아만킬라, 아만 누사두아 빌라를 소개한다.
발리를 여행하는 하나의 방법
어찌 보면 발리는 희한한 섬이다. “또 발리야?”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자주 찾는 여행지이고 그만큼 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수많은 여행자가 이 섬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길 꿈꾼다. 혹은 무궁무진하게 숨겨져 있는 듯한 인도네시아의 ‘보물 창고’를 하나씩 발견해가는 계기를 선사하는 관문 도시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지상 낙원’이라는 수식어를 고수하기엔 워낙 상업화된 관광지라 ‘발리는 인도네시아가 아니다’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돌지만, 어쨌거나 발리를 빼놓고는 인도네시아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의 상징이 된 섬이라는 얘기다.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 인도네시아의 섬들 가운데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독보적인 휴양지로 자리매김해온 발리만의 고유한 매력은 뭘까?
인도양과 태평양, 동서양을 넘나드는 바닷길 중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에서도 발리는 일찌감치 개발된 섬이다.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 시절인 1924년 유럽에서는 이 열대의 화산섬을 오가는 정기 여객선을 운항하기 시작했다.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비옥한 토양이 주는 풍요로움, 수려한 자연,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빚어진 다채롭고 풍부한 문화, 게다가 적도의 태양이 따사로움을 선사하지만(연평균 기온 27℃ 수준) 습도가 높지 않아 끈적거리지 않는 온화한 기후까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1930년 발리를 배경으로 찍은 <발리: 마지막 낙원>이라는 영화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고, 멕시코 작가 미겔 코바루비아스의 <발리섬>을 필두로 수많은 관광 서적이 나오기도 했다. 천리향 내음 만발한 발리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세상의 아침’, ‘지상 낙원’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매혹적인 섬으로 각광받았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를 잘 아는 대다수 외부인은 입을 모아 이렇게 얘기한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힌두 문화를 만들어낸 발리 주민들의 개방적이고 온화한 성향이 섬의 지속적인 인기에 큰 몫을 했다고. 잘 알려졌듯 발리는 이슬람교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 달리 힌두 문화가 꽃핀 섬이다. 물론 ‘열대우림 이슬람’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인도네시아에는 대체로 타 종교를 과격하게 배제하지 않는 온건한 성향이 흐르지만, 발리의 힌두교 역시 토착 신앙과 중국에서 전파된 대승불교과 섞여 독자적인 종교 문화로 발전했다. 발리 주민의 90% 이상이 힌두교를 믿는데, 이들은 종교 이론보다는 일상에서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행하거나 사원의 축제에 참여하고 춤, 음악, 회화 등의 예술 작업으로 신과 소통하는 식으로 ‘삶의 종교’에 천착하는 경향이 짙다. 그 때문에 발리 전역에 무려 2만여 개의 힌두교 사원이 있고, 어디를 가든 주민들이 하루 세 번 식사를 하기 전에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쌀, 소금, 꽃, 담배, 돈 같은 것을 나무 이파리로 만든 작은 그릇에 넣고, 성수를 뿌린다. 발리가 ‘신들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를 잘 아는 대다수 외부인은 입을 모아 이렇게 얘기한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힌두 문화를 만들어낸 발리 주민들의 개방적이고 온화한 성향이 섬의 지속적인 인기에 큰 몫을 했다고. 잘 알려졌듯 발리는 이슬람교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 달리 힌두 문화가 꽃핀 섬이다. 물론 ‘열대우림 이슬람’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인도네시아에는 대체로 타 종교를 과격하게 배제하지 않는 온건한 성향이 흐르지만, 발리의 힌두교 역시 토착 신앙과 중국에서 전파된 대승불교과 섞여 독자적인 종교 문화로 발전했다. 발리 주민의 90% 이상이 힌두교를 믿는데, 이들은 종교 이론보다는 일상에서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행하거나 사원의 축제에 참여하고 춤, 음악, 회화 등의 예술 작업으로 신과 소통하는 식으로 ‘삶의 종교’에 천착하는 경향이 짙다. 그 때문에 발리 전역에 무려 2만여 개의 힌두교 사원이 있고, 어디를 가든 주민들이 하루 세 번 식사를 하기 전에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쌀, 소금, 꽃, 담배, 돈 같은 것을 나무 이파리로 만든 작은 그릇에 넣고, 성수를 뿌린다. 발리가 ‘신들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1 인도네시아 숨바와, 발리, 스파이스제도 등을 항해하는 아만의 ‘요트 호텔’ 아만디라의 모습. ©아만
2 발리는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다른 인도네시아 지역과 달리 힌두 문화의 의례가 일상에 녹아 있는 섬이다.
3 내년께 발리에 들어설 유진 미술관 렌더링. ©Andra Matin ©Eugene Kangawa / EUGENE STUDIO ©Eugene Museum in Bali
2 발리는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다른 인도네시아 지역과 달리 힌두 문화의 의례가 일상에 녹아 있는 섬이다.
3 내년께 발리에 들어설 유진 미술관 렌더링. ©Andra Matin ©Eugene Kangawa / EUGENE STUDIO ©Eugene Museum in Bali
아만 누사두아 빌라 Aman Villas at Nusa Dua
거의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선사하는 안식처
제주도 면적의 2.7배 정도 되는 발리는 1970년 인도네시아 군사정권의 정책적 결단으로 남부 해안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어왔다. 그래서 타국의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지역도 대개는 남쪽에 자리한다. 행정과 상업, 교육의 중심지인 덴파사르와 일찌감치 고급 리조트들이 들어선 누사두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핑의 메카’로 불리는 꾸따, 하얗고 고운 모래가 있는 사누르 등이 대표적이다. 덴파사르에서 북쪽으로 20km 정도 떨어져 있는 예술촌 우붓도 지도상으로 보면 중간쯤에 위치한다. 우리나라에서 발리를 여행하는 이들 중에는 동네별로 숙소를 옮기다니며 다채로운 얼굴을 한 발리의 이모저모를 흡수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제주 여행을 할 때 애월 → 저지리 → 하도리를 돌며 한곳에 며칠씩 묵는 식으로 말이다. 필자의 시작점은 누사두아였다. 덴파사르에 있는 응우라라이 국제공항과 가까운(대개 자동차로 15~20분 소요) 아만 누사두아 빌라는 말 그대로 독채형 프라이빗 빌라다. 울창한 녹음을 드리운 정원 속 반듯한 저택의 느낌을 주는 대문으로 들어서면 7채의 빌라가 평온하게 펼쳐져 공항의 번잡함을 잊게 해준다. 아늑한 프라이버시를 지향하는 설계와 아만 특유의 고급스럽지만 소박하고도 편안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2층 구조로 이루어진 빌라(숙소)에는 유형에 따라 각자의 파빌리온(침실)이 4~6개 딸려 있고, 휴식을 취하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 공간(독채), 가족이나 커플끼리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프라이빗 버틀러와 셰프가 상시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녁에는 25m 길이의 프라이빗 풀 가장자리를 촛불로 장식해 낭만적인 디너를 즐길 수도 있다.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는 누사두아 해변으로 나들이를 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소일거리다. 자동차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의 해변에 아만의 손님만을 위한 작지만 요긴한 전용 비치 클럽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해변에서의 ‘멍때리기’를 비롯해 서핑, 패러세일링 같은 레포츠 말고도 쇼핑, 골프를 택할 수도 있다. 첫 숙소로 찜할 경우엔 시차 적응이나 비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고 본격적인 여정에 나설 심신의 준비를 갖추기에 안성맞춤인 안식처가 될 것이다.
주소 Nusa Dua, South Kuta, Bali, Indonesia
아만다리 Amandari
발리의 예술혼과 어우러지는 정글의 기운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로운 영혼’이라는 뜻을 지닌 아만다리는 두 번째로 오래된 아만 리조트다. 우붓은 엄청난 교통 체증에 여행자들조차 바이크를 빌려서 타고 다니는 ‘웃픈’ 광경이 펼쳐질 정도로 붐비지만, 아만다리가 문을 연 1989년에만 해도 한산했다. 긴꼬리원숭이들이 사는 생태 공원을 비롯한 숲과 아름다운 계단식 논이 고유한 정취를 자아낼 뿐 외부인이 드물었던 마을이니 말이다.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둘러싸인 외딴곳에 ‘홀로움의 미학’을 추구할 수 있는 ‘웰니스 리트리트’ 개념의 리조트를 열어 당시 호텔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브랜드다운 행보다. 19세기 무렵부터 발리의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살았던 우붓은 1930년대에 들어서면 서양의 아티스트들도 찾아온 예술촌으로 독자적 화풍을 지닌 ‘우붓 회화’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전통 춤이라든지 인형극 와양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밀도 높이 접할 수 있는 문화적 중심지이기도 하다. 아융강 협곡에 위치한 아만다리는 ‘알랑알랑(Alang-Alang)’이라 불리는 갈대로 엮은 초가지붕을 얹은 전통 건축양식을 최초로 반영한 리조트다. 지금 우붓은 번잡하지만, 끄데와탄 마을에 자리한 아만다리는 다른 세상에 온 듯 평화롭기만 하다. 지역 커뮤니티와의 꾸준한 연대를 바탕으로 마을 아이들이 열심히 익힌 전통 춤을 감상할 수 있고, 현지 장인들이 만든 도자기와 목각 등 수공예품을 접할 수도 있다. 아만다리는 36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지만 낡았다기보다 좋은 와인처럼 잘 숙성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고아한 분위기를 뿜어내는데, 호주 출신 건축가 피터 멀러(Peter Muller)의 역작이다. 리조트 한가운데 놓인 야외 수영장은 열대 숲이 선사하는 경이로운 전망을 끼고 있는데, 논에서 영감받아 만들었다는 발리 최초의 ‘인피니티 풀’이다. 30개의 스위트룸과 1채의 빌라가 독채 형식으로 펼쳐져 있는데, 마을 뷰, 정글 뷰 등 저마다 특색 있는 전망을 지녔으며, 공통적으로 높은 천고가 시원한 공간감과 세련된 느낌의 가구로 수놓은 객실 인테리어의 미감이 매우 빼어나다. 특히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울려다보면 시야에 들어오는 천장의 아름다운 패턴이나 전통 바틱 기법으로 만든 보관함까지 오감에 자그마한 ‘울림’을 주는 세심한 감성이 돋보인다.
주소 Kedewatan, Ubud, Bali, Indonesia
홈페이지 amandari.com
1 안락한 독채 형식의 프라이빗 빌라로 구성된 아만 누사두아 빌라의 야외 공간에서 오붓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2 아만 누사두아 발리의 25m 길이 프라이빗 풀.
3 우붓에 있는 아만다리의 객실 모습.
4 전통 춤을 추는, 아만다리가 자리한 마을 아이들.
5 짙은 녹음과 맞닿아 있는 아만다리의 ‘인피니티 풀’.
6 아만다리 내에 있는 사원.
7 아만다리 객실에 놓인 침대 꼭대기의 장식.
※ 1, 2, 5, 6 © 아만
※ 3, 4, 7 Photo by 고성연
2 아만 누사두아 발리의 25m 길이 프라이빗 풀.
3 우붓에 있는 아만다리의 객실 모습.
4 전통 춤을 추는, 아만다리가 자리한 마을 아이들.
5 짙은 녹음과 맞닿아 있는 아만다리의 ‘인피니티 풀’.
6 아만다리 내에 있는 사원.
7 아만다리 객실에 놓인 침대 꼭대기의 장식.
※ 1, 2, 5, 6 © 아만
※ 3, 4, 7 Photo by 고성연
아만킬라 Amankila
아궁산의 정기와 동쪽 해안의 절경을 동시에 품다
어쩌면 해안과 떨어진 협곡에 자리한 우붓을 선택한 아만다리의 사례보다 더 파격적인(?) 선택은 발리 동쪽 망기스에 우뚝 솟은 언덕에 들어선 아만킬라일지도 모르겠다.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로운 언덕’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만킬라는 발리의 다른 어떤 리조트와도 다른 매혹적인 풍광을 품고 있다. 일단 발리에서 ‘성산’으로 추앙받는 아궁산의 언덕 위에 자리해 한눈에 내려다보는 시원하기 그지없는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이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보면 롬복으로 향하는 짙푸른 바다가 끝이 닿지 않을 듯 무한한 느낌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수영장, 객실 등이 들어선 여러 건물이 각기 다른 높이에 있기에 저마다의 공간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매력도 다 다르다. 아만킬라에서 앙증맞은 카트인 ‘버기’를 타고 조금만 내려가면 도착하는 전용 비치 클럽은 살짝 어두운 색의 모래와 윤이 곱게 나는 조약돌을 주울 수 있는 해변을 끼고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위풍당당 뻗은 크림빛 색조의 기둥들과 계단,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조용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우아한 아치의 건축적 장식 등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반도에 있는 아만조에(Amanzoe)를 떠올리게 한다(언젠가 다시금 꼭 찾고 싶은 아만 리조트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만킬라와 아만조에는 둘 다 미국 출신의 건축가 에드 터틀(Ed Tuttle)의 작업이라 저도 모르게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를 공유한다. 게다가 요새처럼 힘차게 높이 솟은 언덕 위에서 에게해를 바라보게 되어 있는 아만조에의 구도 역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서 태초의 숭고한 미를 간직하듯 오롯이 버티고 있는 아만킬라의 그것과 닮은꼴이다. 한 건축가의 영감 속에서 동서양이 만나는 지점이랄까. 필자는 마침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숙소에서 묵었다. 현관 앞 테라스에서 시선이 맞닿는 바다가 멀리에서 기분 좋게 일렁이고, 욕조 옆 창문 너머로는 진녹색 나무들이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적인 감성에 젖게 되는데, 그런 순간이면 아만다리를 건축한 피터 멀러처럼 지금은 고인이 된 에드 터틀의 손길이 빚어내는 또 다른 공간을 절대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주소 Manggis, Karangasem, Bali, Indonesia
홈페이지 amankila.com
8 동쪽으로 롬복을 향하는 짙푸른 바다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만킬라.
9 발리 동쪽 망기스에 있는 언덕 위에 자리한 아만킬라에는 가든 뷰, 혹은 오션 뷰를 품은 31개의 독채형 스위트가 있다. Photo by 고성연
10 그리스에 있는 아만조에와 마찬가지로 건축가 에드 터틀이 디자인을 맡은 아만킬라의 내부.
※ 8, 10 © 아만
9 발리 동쪽 망기스에 있는 언덕 위에 자리한 아만킬라에는 가든 뷰, 혹은 오션 뷰를 품은 31개의 독채형 스위트가 있다. Photo by 고성연
10 그리스에 있는 아만조에와 마찬가지로 건축가 에드 터틀이 디자인을 맡은 아만킬라의 내부.
※ 8, 10 © 아만
Odyssey with Aman Indonesia
01. Amanwana, Labuan Aji, Amandira_ ‘꿈꿔온 게으름’이 선사하는 생동의 시간 보러 가기
02. Nusa Dua, Amandari, Amankila_ 천 가지 얼굴을 지닌 나라에서 만나는 ‘신들의 섬’ 보러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