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서울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왜 하필 지금 데이미언 허스트인가?’ 지난 3월 중순, 그의 개인전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진행 중인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6월 28일까지)는 개최가 확정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러 논쟁을 불러일으켜왔다. 미술계에서는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미술관이 약 3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성기가 지난 상업적 스타 작가의 기획전을 여는 것에 대한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53만 명의 관객을 모은 론 뮤익 개인전의 성공을 의식해 흥행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윤리성에 대한 논란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얼리버드 티켓은 매진됐으며, 현장 발권을 노린 관람객들의 오픈런으로 개막 첫날 미술관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여러 논란을 잠시 차치하고, 전시 자체만 살펴본다면 작가와 미술관 모두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전시를 기획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비록 2017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매머드급 전시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에서 공개된 작품군이 빠졌다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는 데이미언 허스트가 약 40년간 선보인 주요 작품을 총망라했다.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라는 제목이 붙은 1부에서는 골드스미스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87년 데님 셔츠를 이용해 제작한 ‘자화상’, 1985년 진행한 콜라주 작업 등 20대 시절의 작업이 주를 이룬다. 특히 개념 미술 작업에 본격적으로 전념하기 전, 회화의 무한한 가능성 앞에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 무력감을 느끼다 돌파구로서 만들어냈다는 콜라주 작품은 데이미언 허스트에게도 이런 고민을 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죽음의 공포, 그리고 삶과 순환을 시각화한 작품을 모은 2부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에서는 그 유명한 포름알데히드 수용액에 담긴 상어 작품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을 만날 수 있다. 미국의 한 컬렉터가 소장 중인 이 작품은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한 이후 오랜만에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전시실 한편에는 잘린 소머리와 파리 유충, 살충기로 구성된 ‘천 년’(1990)이 설치돼 있다. 커다란 유리창 한쪽에서 부화한 파리들이 잘린 소 머리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지만, 그 과정에서 살충기에 걸리면 바로 죽음을 맞이하도록 설계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생명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섭리가 사실상 얼마나 냉정하고 잔혹한 것인지 보여준다.
3부 ‘침묵의 사치’에서는 과학과 종교, 예술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 수천 마리의 나비 날개를 사용해 제작한 삼면화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2008) 등을 만날 수 있다. 안쪽에는 작가가 1998년 런던에 오픈해 6년간 운영한 레스토랑 ‘약국’의 일부를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마지막 4부 ‘작가의 스튜디오: 진행 중인 연작 〈리버 페인팅〉’에서는 런던에 위치한 데이미언 허스트 작업실 ‘리버 스튜디오’를 재구성했다. 대부분의 작가라면 결코 공개하지 않을, 앙리 마티스의 모사작이나 전시 직전까지 작업하던 미완성 리버 페인팅까지 옮겨놓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시가 개막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대중의 평가는 하나로 수렴되지 않은 채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데이미언 허스트가 현대미술계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미술책 도판으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언젠가 한번 봐야 한다면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라는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과장의 말에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책 속 작품을 실제로 보았다는 감흥은 잠시였다. 흥분이 가신 뒤 남은 것은 눈도 감지 못한 채 목이 잘려 차가운 전시장 바닥 위에 놓인 소머리의 잔상이었다. 이어 작품에 ‘적합한’ 소를 찾고, 머리를 ‘적절하게’ 절단할 방법을 고민했을 모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예술이란 명목하에 죽어서도 영영 구경거리가 되는 상어와 수천 마리의 나비는 어떠한가. 작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둘째치고 그의 주된 활약기로부터 20년도 더 흘러 한층 민감해진 동시대 관람객들의 윤리 의식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그렇기에 누군가 내게 이번 전시의 호오를 묻는다면, ‘불호’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데이미언 허스트가 던지는 죽음과 삶, 종교 등에 대한 질문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전성기가 지난 지금도 높은 화제성을 지닌 작가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2 전시를 위해 방한한 데이미언 허스트가 ‘신의 사랑을 위하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3 ‘천 년’, 1990, 유리, 철, 실리콘 고무, 채색된 MDF, 전기 해충 퇴치기, 소 머리, 피, 파리, 구더기, 금속 접시, 솜, 설탕, 물, 207.5×400× 215cm, 개인 소장.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Artimage 2026. Photographed by Roger Wooldridge







